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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별


분별          (김영하 목사)

     수티(Suttee)는 ‘깨끗한 방법’ 또는 ‘정숙한 아내’라는 뜻의 화장법(火葬法)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죽은 남편의 시신을 장작더미에 올려 태울 때, 아내도 산 채로 함께 태우는 인도의 장례풍습입니다. 주로 인도 상류계층에서 시행되던 풍습으로 영국령 인도 총독부는 수티의 잔혹성을 인식하고, 1829년 12월 4일, 수치 페지법을 공포했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산 채로 태우거나 땅에 묻음으로 희생을 방조한 사람들도 살인죄가 성립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1943년 2월,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서 남서쪽으로 220마일에 위치한  키샨가르라는 곳에서 수티가 일어났습니다. 남편과 함께 죽은 여인은 22세의 젊은 부인으로, 남편이 지병으로 죽자 자신도 따라 죽을 것을 결심하고, 불법인줄 알면서도 하인들에게 수티를 준비케 했고, 스스로 장작더미 위에 몸을 던져 정절을 증명코자했습니다. 중단된 줄 알았던 수티가 시행된다는 소문을 들은 인근 각지의 사람들이 줄을 지어 구경차 모여들었고, 죽은 부인의 몸에서 떨어진 장신구를 가지려고 서로 몸싸움을 벌였습니다. 수티로 정절을 지킨 여인이 장식했던 물품을 가지면 행운이 온다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에서 31년, 인도에서 23년을 의료 선교사로 사역했던 닥터 셔우드 홀은 인도현지에서 이 소식을 접한 후 「인도회상」이라는 자신의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우선순위에서 이기적 욕심을 하나님보다 위에 두고, 그 이기적 욕심에 종교적 껍데기를 씌워 진짜 의도를 감춘다.” 

     닥터 홀은 수티관행을 통해 정절을 표현코자 했던 여인의 죽음을 하나님보다 우위에 둔 인간의 이기적인 욕심위에 덧 씌워진 “종교적 껍데기”라고 평한 것입니다. 다른 말로하면 ‘속임수’라는 말입니다. 하나님이 주신 고귀한 생명을 자기 마음대로 해치는 행위를 ‘종교적 정절’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했다는 뜻입니다. 아마 이 여인은 이런 종교적 정절이 ‘속임수’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입니다. 이 정절의식을 존중하며 죽은 여인을 향해 존경을 표했던 당시의 많은 사람들조차 자신들이 얼마나 ‘거짓’에 속고 있는지 알지 못했을 겁니다. 

     인간평등이라는 말은 누구나 공감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인간평등이 사상평등으로 둔갑했습니다. 모든 인간이 동등한 가치를 가지는 것처럼, 모든 사상 역시 동등한 가치를 갖는다고 말합니다. 신앙에 적용하면, 세상에는 다른 신앙관을 가진 다양한 인간이 존재하므로 각자의 신앙을 존중해주어야 하며, 신앙은 구원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적인 취향 문제이므로, 어떤 사람의 믿음이 진리이고 거짓인지에 대한 주장은 용서받지 못할 죄라고 말하는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속임수’ 입니다. 사상평등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옳은 사상’이 있고 ‘그릇된 사상’이 있으며, ‘옳은 종교’가 있고 ‘그릇된 종교’가 있습니다. 가치있고 존중받아야 할 대상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사람이지만, 그 사람이 가진 ‘그릇된 사상’과 ‘그릇된 종교’는 비판 받거나, 거기서 빠져나오도록 도움받아야 합니다.

     예수님은 사탄을 일컬어 “거짓말쟁이”요 “거짓의 아비”라고 하셨습니다(요8:44). 거짓말쟁이요 거짓의 아비인 사탄은 다양한 형태의 ‘속임수’의 틀을 만들어 우리를 속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바른 선택을 하지 못하도록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합니다. 그 ‘속임수’를 ‘꿰뚫어’ 보아야 합니다. ‘분별’해야 하고 ‘싸워야’ 합니다.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12:2)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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