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시는 하나님
- 작성자 : 웹섬김
- 24-09-14 18:21
기다리시는 하나님 (김영하 목사)
어느 독실한 크리스천 청년이 결혼 승낙을 받기 위해 여자친구의 부모님을 찾아 갔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함께 차를 마시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여자친구의 아버지가 청년에게 물었습니다: “그래, 자넨 앞으로 뭘하면서 살 생각인가?” 청년이 당당하게 대답했습니다: “네, 저는 주의 종이 될 것입니다.” “오~ 주의 종? … 그럼 내 딸을 어떻게 먹여 살릴거지?” “하나님께서 돌봐 주실 겁니다.” “그래? … 그럼 자식은 누가 키우나?” “그것도 하나님께서 돌봐 주실 겁니다.”
청년이 돌아 간 뒤, 여자 친구의 어머니가 궁금해서 남편에게 물었습니다: “여보, 아까 그 청년이 어떤 것 같아요?” 여자 친구의 아버지가 퉁명스럽게 대답했습니다: “뭘 물어? 그 놈은 돈도 없고, 취직할 생각도 없을 뿐만 아니라, 날 하나님이라고 여기고 있어!” (「크리스천유머」박영선)
가정 사역자이신 송길원 목사님의 큰 아들 찬이가 어릴 때 송목사님의 사모님께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엄마, 개가 밥을 더 먹고 싶을 때가 있지 않겠어요?” “그렇겠지.” “그런데 말이에요. 개는 밥을 더 먹고 싶다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까요?” “…” “엄마, 제가 사실 개의 심정이에요.”
위의 두 이야기가 주는 공통된 교훈이 있습니다. 말의 중요성입니다.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찬이는 자신의 배고픔에 대한 단어를 정확하게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개의 이야기를 통해, 어머니의 상상력을 발동하게 하여 자신의 배고픈 마음을 엄마에게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목회자가 되고자 했던 청년은, 똑같은 말인데도, 장인 될 사람의 속을 완전히 긁어놓고 나왔습니다.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하는 ‘말’은 ‘바른 관계 맺음’에 있어 너무도 중요한 도구가 됩니다. 말이라는 도구를 통해, 우리의 생각, 의지, 그리고 계획을 바르게 전달하기도 하고, 오해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게 좋을 때도 있고,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고, 아니면 아예 말을 하지 않고 그냥 지나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습니다.
한국 속담 중에 “말 한 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천냥이나 되는 빚도 ‘말만 잘 하면 얼마든지 면제 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말 한 마디 잘못하여 ‘천냥이나 되는 돈을 고스란히 떠 안아야 되는 경우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성경도 그와 관련하여 중요한 말씀을 합니다: “경우에 합당한 말은 아로새긴 은 쟁반에 금 사과니라”(잠25:11).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하는 시의적절(時宜適切)한 말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강조하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경우에 합당한 말을 하지 못할 때가 있는 것일까요? 크게 네 가지 이유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첫째, 감정에 치우쳐 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전후좌우의 상황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말을 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상황을 이해하고 알지만 사고(思考)가 너무 진보적일 때, 너무 앞서 나갈 때, 경우에 합당한 말을 하지 못합니다. 마지막 네 번째는 교만할 때입니다. 마음이 높으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분별력이 사라져 마음대로 말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매사에 얼마나 경우에 합당한 말을 하고 있습니까?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경우에 합당한 말”을 요청하지 않으신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기도할 때, 하나님께 뭔가를 말씀드릴 때, 하나님은 저와 여러분들을 향해 “좀 분명한 단어를 사용하거라.” “그 말은 지금 할 말이 아니지 않느냐?” “왜 그렇게도 경우에 맞지 않는 말을 나에게 하느냐?”는 말씀을 우리에게 하지 않으십니다.
그저 하나님은 우리가 하나님께 말 한 마디라도 더 해 주시길 기다리고 계신 것 같습니다. 마치 객지에 나간 자식이 전화 한 통이라도 해 주면 감지덕지 고마워하는 부모들처럼 하나님은 우리의 말 한 마디라도 더 듣기 위해 마냥 기다리고 계십니다.
“여호와께서 기다리시나니 이는 너희에게 은혜를 베풀려 하심이요 일어나시리니 이는 너희를 긍휼히 여기려 하심이라 대저 여호와는 정의의 하나님이심이라 그를 기다리는 자마다 복이 있도다”(사30:18).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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