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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위력


글의 위력     (김영하 목사)


     로마 가톨릭 수도회 중의 하나인 예수회의 수사(修士) 한 사람이, 케나다 퀘벡지역에 살고 있던 휴론 부족의 추장에게,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그리고 글을 사용한 것이 얼마나 유용한 지,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수사의 설명을 듣던 추장은, 도대체, 종이위에 그적거리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냐고 반문하며 계속해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자 수사는, “추장님이 아직 나에게 말하지 않는, 내가 모르는 사실 하나만 말해 보십시오.”라고 했습니다. 잠시 생각을 하던 추장은, “내 마누라의 어머니가 작년 겨울, 눈 속에서 얼어 죽었소”라고 말했습니다. 수사는 추장의 그 말을 종이위에 쓴 후, 멀찍이 떨어져 있던 동료 수사를 불러 종이를 보여 주었습니다. 종이를 본 동료 수사는 추장에게 다가와 놀란 얼굴로 물었습니다. “당신 아내의 어머니가 작년 겨울에 눈 속에서 얼어 죽었소?” 추장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습니다. 추장은 지금, 공간을 뛰어 넘어, 말을 하지 않고도, 어떤 상징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글이라는 마술을 경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백인 동네에서, 평생, 백인우월교육을 받으며 자란 한 청년이 ⌜앵무새 죽이기⌟ ⌜나만큼 흑인다운: 말콤 엑스의 자서전⌟ ⌜버밍햄 교도소에서 온 편지⌟ 등을 읽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되었습니다. 사람을 보는 그의 가치관과 내면세계가 송두리 채 바뀌었습니다. 그가 읽은 “글”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그는 평생 글을 통해 잘못된 가치관을 고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글” 또는 “문자”는 인류 역사에 너무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 왔습니다. 글이 한 시대의 문화와 사상을 주도했고 통치자의 도구가 되기도 했습니다. 어떤 내용의 글을 읽느냐에 따라 한 개인의 삶이 바뀌기도 했습니다. 

     문자의 역사를 보면, 처음에는 그림에서 그림문자로, 그림문자에서 표의문자(表意文字)로, 표의문자에서 표음문자(表音文字)로 바뀌어 왔습니다. 표의문자는 나타내려는 의미가 많을수록 글자 수도 많아져서, 배우는데 어려움이 많아 여러 사람들이 사용하기에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글자 수를 줄이고 문자가 발음을 표시토록 한 표음문자의 사용으로 점차 전환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쓰는 한글과 영어를 포함한 대부분의 문자가 표음문자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출애굽 시키신 하나님은 광야기간 내내 모세에게 반복적으로 “기록하라”고 하셨습니다: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이것을 책에 기록하여 기념하게 하고(출17:14)”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이르시되 너는 이 말들을 기록하라(출34:27)” 

     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후세대의 선지자들과 사도들에게도 하나님이 말씀하신 모든 말씀을 기록하게 하셨고, 그들은 그 내용을 기록했습니다: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같이 일러 가라사대 내가 네게 이른 모든 말을 책에 기록하라(렘30:2)” “인자야 너는 날짜 곧 오늘날을 기록하라(겔24:2).” “여호와께서 내게 대답하여 가라사대 너는 이 묵시를 기록하여 판에 명백히 새기되(합2:2)” “오직 이것을 기록함은 너희로 예수께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믿게 하려 함이요(요20:31)” “나 바울은 친필로 너희에게 문안하노니(고전16:21)” “이 일을 증거하고 이 일을 기록한 제자가 이 사람이라(요21:24)” “보좌에 앉으신 이가 가라사대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 하시고 또 가라사대 이 말은 신실하고 참되니 기록하라 하시고(계21:5)” 

     역사 대대로 기록되어 온 하나님의 말씀, 바로 지금, 우리 손에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문자로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이 당신 손에 있습니다. 

     사람의 생각을 표현한 글이 한 사람의 가치관과 인생을 바꾸는데 일조(一助)한다면, 하나님의 말씀이 기록된 성경이야 굳이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엄청난 능력의 도구가 우리 손에 있는데 주저할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기록된 하나님의 말씀을 읽고 또 읽고, 쓰고 또 써, 하나님의 말씀이 주는,  바로 그 능력의 주인공들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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